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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년간의 세계일주/2012-2013 북미

자전거 세계여행 ~936일차 : 너구리, 너구리를 훔치다.

by 아스팔트고구마 2015. 9. 23.
자전거 세계여행 ~936일차 : 너구리, 너구리를 훔치다.

10월 22일





새벽에 비가 좀 오긴 했나보다.
방수덮개가 있으니 캠핑에 훨씬 마음이 놓인다.












짐을 싸려고 보니 펑크가 나 있어 수리하고...












출발한다.



근처 유명한 해변이 있대서 가 보기로 했는데...



























안보이노...?

뒤 따라온 가브리엘도 이상하다 싶어 지나가는 사람에게 물어보니 밑으로 좀 더 내려가야 한단다.











헤매고 헤매다 온 곳.
Glass Beach.

어제 캠핑한 Mekericher State Park에서 본 사진이 이곳을 알려주고 있었다.

사진을 보니 참 예뻐서 왔는데...













또잉~ ㅡㅡ;

내가 포인트를 잘못 찾았나?











혹시나 싶어 사진이 잘 나왔던 포인트를 찾아본다.













흠... ㅡ.ㅡ;;
역시...


엽서에서 본 것과는 꽤, 억수로, 아주, 뎀마 다르다. ㅡㅡ+
아오...

최고의 순간만을 포착하는 그 때만을 기다릴수는 없는 노릇이니...ㅠㅠ
기대가 크면 역시 실망도 크다.

좋은 사진기로 이렇게 저렇게 뽀샵 과정을 거친걸 보면 막상 현지에 왔을때 싱크로율이 너무 안 맞아서 기대감이 와르르 무너진다.

내용은 그렇다쳐도 장면만은 사진보단 다큐를 조금 더 신뢰하는 이유다.












뭐, 이렇게라도 사진을 담아봐야지 뭐.












여러가지의 암석들이 섞여 있는 모습이 독특하긴 하다.










Glass Beach라는 좀 있어보이는 이름과는 달리 사진상으로 보이는 이게 다다.ㅋㅋㅋ











하늘 아래 자전거...


실망감과 함께 그냥 먼저 떠난다.
그나저나 저 멀리서 구름이 잔뜩끼여있군.
날씨는 라이딩에 절대 무시할 수 없는 요소다.











달리다보니 비가 조금씩 내리더니 그냥 라이딩하기엔 쉽지 않을 정도로 무지하게 많이 내리기 시작한다.












아, 긴시간 오줌마려운거 참다 참다 비 맞으면서 싸제꼈는데... 그 쾌감(?)이란...ㅎㅎㅎ
인간의 배설의 욕구 또한 엄청 크다.
이런걸 두고 화장실 들어갈때랑 나갈때랑 마음이 다르다고 하는거겠지...? ㅋㅋㅋ














좀 더 달리다보니 비의 영향이 적은 곳으로 왔다.
지나가는 곳에 캠핑장도 보이지만 좀 더 달리려고 페달질을 하는데...











오늘따라 비바람이 엄청나게 세차게 불어와서 라이딩이 쉽지가 않다.

마이클과 아이린도 오늘따라 너무 힘들다면서 가다 멈추고 가다 멈추고를 반복한다.











나도 덩달아 지치는 것 같다.


마이클도 오늘 날씨에 대한 예상을 못했는지 아이린이 너무 힘들어해서 며칠전 웜샤워를 통해서 연락해 둔 곳으로 왔다.
사실 그냥 지나갈거라고 말을 했었는데 오늘의 날씨때문인지 더이상 진행하지 않고 웜샤워 호스트집으로 왔다.












넓은 농장이 있는 호스트 집으로 캠핑을 하러 같이 왔다.

동네는 Elk라는 곳.











저 멀리 호주에서 본 에뮤(Emu)를 여기서 보다니....


























자연으로부터 얻는 햇빛 등을 최대한으로 활용해서 만든 집이라고 한다.
태양광을 통해 얻는 전기를 활용해서 집에 사용하는 대부분을 직접 만든거라고 한다.

집 주인아저씨또한 본인이 만든 것에 엄청난 자부심을 갖고 있었다. 
미래에는 이런게 더욱더 많아지겠지?

 













해가 진다.
캘리포니아의 하늘 아니... 어딜가나 하늘은 참 멋있다.










낮의 비구름이 아래쪽으로 몰려오고 있는지 오늘도 여전히 방수덮개로 텐트를 감싸주고...












저녁 식사~!













어제 비 맞으면서 한 라이딩이 힘들긴 힘들었는지 여행 출발후 가장 늦은 기상이었다.
아이린과 마이클도 마찬가지였는지 몸이 많이 쑤시다면서 샌프란시스코로 가서 뜨거운물로 샤워를 하고 싶단다.











사과 하나 먹고~!











오늘 날씨 좋구만.^^ 
바람만 적게 불었으면 좋겠다.











집주인의 강쉐이~ㅋ














정리하고 출바알~!!!!!!!!
눈이 부신 오늘이구나. ^^


마이클 커플을 앞서 먼저 신나게 달렸다.












얼마나 달렸을까? 바퀴에 펑크?
아... 다시 펑크를 떼워야겠군. 흠...

펑크를 떼우고 있는데 뒤에 미국인 커플이 따라왔다.













펑크난걸 보고 도와주려는 아저씨~ ^^ 고마워용ㅋ
뒤따라 마이클과 아이린도 오고...


헉...

다시 보니 타이어가 찢어졌다!!!!
도로와 접해 있는 집주인이 보고 물어보더니 자전거 샵이 없을꺼라며 히치하이킹 혹은 차를 타고 샵이 있는 타운으로 가서 사오는게 젤 낫난다.













고민고민하다 임시 방편으로 미국인 아저씨가 갖고 있는 테잎으로 바퀴쪽을 감고 끌고 갔다.

확실히 저항이 생기고 또 걱정이 되어 라이딩을 잘 못했는데 다시 타다보니 뻥! 소리와 함께 터져버렸다.

몇 km를 끌고 갔을까...








왠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있어야만 할 것 같은 동네 멘체스터에 왔다.
인구 460명이 남짓하는 동네. 축구는 무슨.ㅋ












동네로 들어와 보니 자전거 샵은 없다.
흠, 아주 암울한 상태로군...ㅠㅠ



히치하이킹을 하려고 마음을 먹었다.
지도를 보니 자전거포가 있는 동네까지 가려면 수십킬로미터를 가야하니 현실적으로 끌고 가면 며칠내론 닿겠지.ㅋ

동네 수퍼로 가서 종이 박스를 얻어와서 볼펜으로 글을 쓰고 자전거 뒤에 붙여놓고 남쪽 방향 아무 타운이라도 데려다 달라고 했다.

자전거 끌고 가길 2시간...

뒤에서 빵빵 소리가 울리더니 제프라는 아저씨가 날 보고 얼른 자기 차에 실으란다.
불법이기 때문에 히치하이킹을 할 수가 없다면서 도와준다.
자전거를 싣고 있는데 경찰이 차 바로 뒤에서 멈춰 날 보고 있을때 아, 정말 가슴철렁했다.












근처 동네인 포인트 아레나(Point Arena)까지 왔지만 동네에는 자전거 샵이 없었다. 

해가 점점 저물어가는데... 어떻게 할까 고민고민하고 있는데 저 멀리서 자전거 타고 가는 한 사람이 보인다.

나 : 아저씨, 여기 동네 자전거 샵 없나요??
아저씨 : 이 동네는 작아서 자전거 샵이 없어요. 무슨 일이예요? 
나 : 제가 타이어가 찢어져서 그런데 이거 어떻게 방법이 없을까요?
아저씨 : (내 자전거를 보더니) 흠, 잠시만 있어봐요, 나한테 사이즈가 비슷한게 있는거 같으니까..
















5분도 안되서 자전거 타이어를 가져왔다.

아저씨 : 내가 쓰던건데, 사이즈가 비슷할것 같네요. 한번 맞춰봐요.

타이어를 살펴보니 26인치 짜리로 딱 맞은 사이즈였다. 흑흑. ㅠㅠ
아이고 감사합니다. 아저씨!!! 

뭐라도 주고 싶은데 줄게 없어 한국 돈 1천원을 주니 놀란다. 1불 밖에 안해요..^^

나 : 정말 정말 고맙습니다. 
아저씨 : 도움이 되서 다행이예요. 한국인 친구. 즐거운 여행하세요!


아저씨는 저녁 먹으러 가야한다면서 얼른 급하게 떠났다.















늦은 시간 타이어를 바꿔끼우고 잠시 쉬고 있는데 다른 아저씨가 또 왔다.

타이어를 준 아저씨가 오기전에 히치하이킹을 하려고 하고 있었는데 저녁먹고 혹시나 그때까지 내가 있으면 도와주겠다면서 한 아저씨였는데 
타이어 수리하고 있던 찰나에 다시 온 것.

캠핑할 수 있는 장소까지는 약 20km 이상을 달려야하는 거리인데 비가 다시 조금씩 부슬부슬 오고 있는데다 
바람이 많이 불어서 장소때문에 고민이었는데 아저씨가 캠핑할 곳이 있는 괄랄라(Gualala)라는 곳까지 데려다 주겠단다.



아주 으스스했던 작은 동네에 마이클과 아이린이 왠지 있을것 같아 여기저기 봤는데 없어서 결국 혼자 아주 으스스한 곳에 자리를 잡았다.












캠핑장까지 데려다 주셨던 David 아저씨 고맙습니다.

텐트를 다 칠때까지 차의 라이트로 비춰줘서 수월하게 텐트를 칠 수 있었다.

배가 너무 고파 음식을 먹어야겠다 싶어서 물을 끓이면서 데이빗 아저씨와 이야기를 하고 있던 도중 부시럭 거리는 소리가 났다.

뭔가 싶어 라이트로 비춰보니 Raccoon이라는 이름의 녀석. 우리말론 곧 너구리다.
너구리가 내 음식물 백을 뒤지고 있었다.

눈을 마주치는 순간 잽싸게 라면을 빼내서 숲으로 도망갔는데 나와 데이빗 아저씨가 달려갔지만 작은 풀숲이라 더이상 들어갈 수가 없었다.











이 도둑놈 새퀴... ㅡㅡ+
어두워서 못 봤는데 귀여워 보이는 이 너구리를 조심하라는 사인이 이제서야 눈에 들어온다.















그나저나 너무나 웃겼던건...
그 너구리 녀석이 훔친 라면은 바로 '너구리' 

You know... Raccoon steals my Ramen(name is Raccon, Haha!!!) 


한편으론 열받으면서도 웃겨서... 이거 어떻게 해야 하나 싶었다.ㅋ
너구리가 너구리를 훔치다니. 

역시 겉모습만 보고 속으면 안된다. ㅡㅡ+


아저씨와 작별 인사를 하고 음식을 해 먹고 음식 박스안에 음식을 넣어놓고 잠을 자려고 텐트안으로 들어왔다.
텐트 밖에 왠지 이상한 기운이 느껴져 텐트 안쪽에서 주먹으로 치니 너구리가 맞았나 보다.ㅋ

고양이 소리도 아닌 것이.. 요상한 소리를 내던 너구리 음식은 넣어놨으니 알아서 해봐.ㅋ

밖엔 음식 박스를 열려고 너구리 손바닥으로 상자를 긁는 소리가 들린다. 아... 이거 우예뿌지? 곰스프레이 뿌려버릴까?









살짝 잠이 들었는데 밖에 무슨 소리가 들렸다. 
그 뭐시냐... 중고등학교 응원할때 페트병안에 자갈 넣고 흔드는 듯한 그런 소리...
뭐지??

싶어 라이트를 켜니 텐트 지퍼가 살짝 열려있다...?

엇?! 
뭔가 머리를 스치는 상황.

밖으로 나가보니 너구리 6-7마리가 비타민 통을 열려고 악을 쓰고 있다.





아!!!!!!!!! 이 상황!!!!!!!!!!!!!!!!!!!


이걸 당황스럽다해야 하나 황당하다고 해야하나... 
이 간큰 너구리 새퀴 같으니라고.
이 구린 녀석... 니 행동이 구려서 이름이 너구리구나. ㅡㅡ+

대장으로 보이는 너구리가 나와 눈이 마주치는 순간 폭~ 하면서 비타민 뚜껑이 열렸다. 
안에 비타민이 일부 쏟아지고 열받아서 아오~! 라고 소리치니까 이 녀석들이 눈치를 보더니 슬금슬금 뒤로 물러난다.

고마 이 너구리 새퀴들를 주~~ 차삐까!!! 싶은데, 라이트에 비친 눈이 반짝거리면서 '배고파요~ 제발 요고 하나만 먹을께요. 주세요~' 
하는 눈빛을 보낸다.

잠이 달아난데다 짜증난 상황인데... 이런 처음 겪어보는 상황에 어이없는 웃음만 나온다.
큰 몸짓으로 발길질을 한번 했더니 다 달아나버린다.


정리하고 비타민통도 음식 박스안에 넣고 잔다.














전날의 상황을 말해주는 비타민 통ㅋ

지나고 나니 어제 상황을 사진으로 못 찍어 아깝지만... 평생 못 겪어볼 경험을 했구나.
그래도 단잠 깨우는 너구리는 앞으로 강력한 오른발 슛돌이 강슛으로 저 멀리 날려버릴테다.


그리고 새벽에 다시 몇번이나 찾아온 너구리.
지퍼를 고리로 묶고 그냥 잤다. 

그나저나 캘리포니아 곰은 너구리 안 잡아 먹나? 흠..


아, 하루동안 너무 정신없었다...ㅡㅡ;





10월 23일까지의 이야기











22일 : 49.32km
23일 : 34.61km


21310.07km + 2일치 

= 21394k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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