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8년간의 세계일주/2012-2013 북미

자전거 세계여행 ~955일차 : 벤투라(Ventura), 잘 싸는 것도 복인기라.

by 아스팔트고구마 2015. 9. 24.
11월 9일





밤새 잘 타오른 불 앞에서 추운 새벽에 한번 깼지만, 그래도 잠은 잘 잤다.





오늘도 신나는 하루~

나 :Good morning, Jeff!?!?
제프 : how are you, Sungwon?!?!


오늘 제프는 새로운 일을 시작하게 되는지라 일의 시작이 늦다며 오전 일을 천천히 준비한다. 
다행히 이야기할 시간도 많다.











취미로 만들던 벽걸이용 화분. 신기할세..^^
















자전거 여행으로로 만난 웜샤워 호스트다 보니 자전거가 빠질수가 없다. 
일반 자전거를 여행용으로 따로 개조를 해서 짐을 아주 길게 실을수 있게 되어있다. 
내것도 개조 해줄까라고 물어보지만 지금 짐 세팅이 몸에 익은상태라 괜찮아용~^^












제프 와이프는 일찍이 출근하고, 샤이엔은 학교간터라 집에 남은 제프와 아기만 사진찍고... 작별인사를 한다.

제프의 가정에 행복이 넘치길...
God Bless you, Jeff!







근처 저렴한 쇼핑몰(미국 여행중 가장 저렴했다.)이 있어서 먹을 거리와 기타 물건들을 좀 샀다.
바베큐로 된 치킨 한마리가 5불 밖에 하지않아서 한마리를 먹었다.



얼마 되지 않아서 배가 너무 아파 라이딩조차 할 수 없을정도로 속이 아파왔다. 

급하게 먹은건 아닌것 같은데 체한건지, 아니면 음식이 잘 못됐는지 알 수가 없다.

가다 서다를 반복하다가 아파 미칠것 같은 지경에 이르렀다. 근처 패스트 푸드점을 가서 화장실에 들러보지만 별 소용이 없는듯...
똥이라도 시원하이 나오면 좋으련만... 
잘 싸는것도 복인기라...ㅠㅠ 흑흑...



거의 3시간넘게 아픈배를 움켜쥐고 앉아있다보니 속이 조금씩 가라앉기 시작한다. 
아... 진짜 지치네... 
복통으로 급 방전된 체력으로 지금에서라도 얼른 출발을 해야할 것 같다.

그나저나... 제대로 달리지도 못하고 오늘 가려고한 목적지까지 일찍가서 쉬려고 했는데, 시간이나 거리로나 안되겠다....













조용한 동네를 나와 외곽으로 빠져나간다.







1시간 넘게를 달려... 









와인산지인지 와이너리가 나온다. 

늦게 오다보니 어둑어둑해지는데 라이딩을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급격하게 추워지는 날씨때문에 반바지 반팔의 상태로 달리는게 여간 고역이 아니다.


아우~~~~










작은 동네라도 왠만한 건물이 100년 넘은거 보는게 어렵진 않다.





















추운날씨때문에 이미 포도는 다 따버렸는지 나무들만 추운바람을 맞아가며 서 있다.











해가 질무렵의 끄트머리에 비치는 호박덩이들...

너희들은 할로윈의 기쁨을 함께 하지 못했나 보구나.






다음 마을(지나다보니 미국은 도시, 시티(뭐 비슷한 뜻이겠지만), 빌리지 이런느낌보다 마을이란 단어가 어울리는 곳이 꽤 많다.^^)로 간다.




그리고서 들어온 곳은...

바로 미국내에 있는 덴마크 마을인 솔뱅(Solvang)이다.
덴마크 인들이 이주를 해서 세워졌다는 마을.

캐나다에서 털보 아저씨한테 소개를 받고 루트에 맞아 잠시 들러보고 가려고 했는데, 
오늘의 컨디션으로 인한 늦은 라이딩때문에 도착 시간이 늦었다.


길을 물어보니 덴마크 사람이라 영어를 못한다는 -_-; 상황이 연출... 오우~ 이럴수가. 여행 온거겠지?
















덴마크 마을이란 명성 답게 영화나 다큐에서 본 그대로 예쁘게 지어져 있다. 

가까이 가서 보고 아기자기한 악세사리들과 먹을 것들이 참 많다. 여자들이 여기 오면 정말 좋아할 것 같다.

사진 많이 찍고 싶은데... 단점이라면 사진 찍는 지금 오지게 춥단거...
반바지 속으로 솔솔 불어오는 바람은 내 불R을 탱자로 만들고 있고 손은 시려서 삼각대 꺼내서 카메라 내놓고 찍기도 싫다.

발은 아... 덴장...ㅠ !!!!!!

너무 시리다. ㅠㅠ












사진으로 본 낮의 모습도 참 예뻤는데... 하는 생각만하고 커피 한잔 마시면서 손을 녹인다. 

밖엔 추운 날씨때문인지 다니는 사람들도 적다.

좀 앉아있다가 밖으로 나온다. 동네를 조금 더 돌아본다. 
확실히 유럽풍으로 많이 예쁘다. 

근데.... 
많이 춥다. 
 
가만 있을수만은 없으니 자러 가야지.


혹시나 몬테레이의 베테랑 캠핑 파크처럼 잘 알려지지 않은곳에 캠핑장소가 있나 싶어 두리번거리다 자전거 샵을 찾아보니 
캠핑하려면 다른 방향으로 몇마일을 가야한다는 말...

그냥 어둠속에 라이트만을 의지해서 달린다.






거리상 늦은 저녁 꽤 오래동안 달려야 하는 거리로 보인다. 
길고 긴 산길을 지나 왔다. 아무것도 없는데다 추워 캠핑할 자리도 마땅찮아 찾느라 이동이 많이 더디다.

2시간여끝에 괜찮은 자리를 발견했다.(텐트 친 밑 동네 농가에는 사람이 없어 들어 갔다가 그냥 산으로 올라왔다.)


일방통행으로 가게 되어있는데다 지나가는 차도 없어서 길가에 텐트를 치고 잔다.

손발가락이 시린데, 옷 갈아입고 나니 정말 따뜻하다... 후~~~~~~ 좋은거!

오늘 결론... 
속이 편해야 여행도 잘한다. ㅡ.ㅡ;










텐트를 걷는다.
밤새 따뜻하게 아주 잘 잤다. 


어떻게 보면 참 위험한데... 다시는 길가에 텐트 안 치리라.













옆에 떨어진 도토리를 주워 병에 담았다. 혹시나 먹을일이 있으려나?ㅋ











LA까지 132마일... 헥헥...















휴게소에서 쉬면서 어제 먹은 닭 밀어내기...
철푸덕~~~ 철푸덕~~~~~

흠.. 뒷일은 그대의 상상속으로~~~











산 하나 넘어 오니 날씨가 화창하기 그지 없다.
불어오는 바람이 차갑고 거세긴 하지만 속이 편안하니 라이딩도 즐겁다.













우하하하하













캘리포니아 코스트가 점점 익숙해져 가고 있다.
아니 식상해져가고 있다.

나중에 이것들을 얼마나 그리워할까...










얼마 안가서 발견한 캠핑장.
조금 더 가면 캠핑장이 또 있는지라 요기는 점심 해 먹으러 들렀다. 












엄청 세게 불어오는 바람때문에 음식 해 먹느라 시간도 많이 지체하고, 언제난지도 모른 펑크수리... 

근처 동네에 와이파이가 터지는곳이 있어 LA까지의 루트 점검과 캠핑장 혹은 호스트를 찾느라 시간이 많이 지체됐다.











해가 진다. 캠핑장으로 가려다가 왠지 괜찮아보이는 초등학교 발견.


멀리 전기도 있고, 마실수 있는 식수대도 있어서 놀이터 미끄럼틀 아래로 가서 캠핑하기로 했다.



 




엄청 차갑게 불어오는 바람에 페트병 3개로 샤워를 했더니 으으으으으으으~~~~~~~~~~~ 
추운데 물기를 닦아내고 옷 갈아 입으니 정말 상쾌하다.







바람이 화났나? 
고정시켜놓은 텐트를 2번이나 강제 이사 시켰다.ㅡ.ㅡ;

그나저나 참 낭만적이고 신비로워 보이는 오늘의 캠핑장.











실제는 이렇다.












빛으로 장난질 좀 치고...

바람이 많이 불다 보니 사진속 나무도 흔들흔들~ㅋ



평일이면 좀 문제가 생기겠지만 내일이 일요일 아침이니 7시쯤 일어나서 짐 싸고 천천히 출발해 봐야겠다.











바람만 막아놔도 참 뜨뜻한 내 집.. 으하하하~ ^^

3mm도 안되는 두께로 약 2제곱미터의 넓이가 내게 또 다른 나만의 세상을 가져다 준다. 
조용한 시간을 갖는 동안의 바람소리는 그야말로 최고의 양념이여~













기상해서 짐을 싸니 마침 사람이 와서 다행히 이상한 사람으로 보이는건 괜찮아졌다.




지저분한 얼굴 면도 좀 하고~




출발~











머물렀던 엘우드(ellwood)초등학교, 그리고 그 앞 공원같았던 곳













어제 인터넷하러 왔던 근처에 코스트코가 있어서 오레건에서 미영샘이 알려준대로 싼 핫도그랑 콜라 마시러 왔다.

내 자전거와 짐을 보던 한 아저씨가 어디서 왔는지 묻더니 갑자기 어느 방향으로 갈 것이냐고 묻는다.
오늘 어디서 머물지 아직 확정하진 않았는데 도착할 곳이 벤투라(Ventura)쯤 될것같다고 하니 마침 자기 집이 있다며 머물다 가라 한다.

중간에 이것저것하다보면 시간을 많이 잡아먹을것 같은데, 혹시나 가게 되면 7시 조금 넘어서 가겠다고 했다. 
주소만 받고 인사하고 헤어졌다.






주일, 
인 산지로 유명한 산타바바라(Santa Barbara)를 지난다. 

이 작은 동네에 또 한인교회가 있다.
가는길 예배를 드리고 성도님들의 응원을 받고 다시 길에 오른다. (격려해주신 많은 분들 정말 감사합니다!)





 










내가 모르는 다른 어떤 다른 도시의 특징이 있는지 모르겠지만 개성있는 건물들도 많고 
길거리 카페와 사람들의 여유있는 모습들이 비슷하면서도 또 다른 모습의 미국인 것 같다. 

마치 우리나라의 작은 동네가 다르듯이.



















여유로워 보이는 해변쪽으로 왔는데...


















오늘이 무슨 날인가???
성조기의 조기가 걸려있고, 무덤 표식의 십자가가 해변쪽에 장식되어 있었다. 관까지...

자세히 들어보니 계급과 이름을 부른다.....

누굴위한, 무엇을 위한 전쟁인가...




정책 입안하는 사람들 표 얻을땐 굽신하는데... 
아오 돈 좀 많이 벌어서 벌금 한번 내고 싸대기 한번 날리고 싶다. 
진심.... 


여행하다보면 내가 생각하는것들이 잘못된 '한국적'인것인지 '애국심에 대한 자격지심'인지 제대로된 판단인지 스스로 자문할때가 많은데 
이런 일들을 보면 우리나라에 대한 생각때문에 참 한숨이 많이 나온다. 














라이딩하다 보니 근처 캠핑장으로 왔다. 


















잘 꾸며져 있는데다 해변가까지...
날만 조금 더 따뜻하면 좋겠다.











화장실...
땀이 나서 세수좀 하려고 했더니 샤워장은 잠겨 있었다.



오늘 아침에 만난 파코(paco)아저씨가 생각이 나서 달린다.

약간 애매한 시간인데 2시간정도면 도착할 것 같아서...











달리다 나도 모르게 울컥한 순간.... 
잠시 멈춰 서서..



















저물어 가는 해, 그리고 내일 다시 뜰 해...













도로가엔 캠핑카로 여행온 사람들이 적지 않았다.













저녁놀이 너무 예뻐서...




아저씨가 알려준 집 주소로 왔다.

가보니 아저씨가 아니라 와이프분이 맞이해주시네. 

이야기를 들었다면서 아주머니가 늦게 도착한 나를 맞이해주셨다. 
샤워중이던 아저씨가 나와서 오느라 수고했다며 쉴수 있게 이것저것 도와주신다.






저녁에 따꼬를 해 먹자면서 잠시 기다리란다.











아저씨 : 아무것도 하지말고 너희집이라 생각하고 푹 쉬어~

우리집이라면... 내가 여기저기 던져놓은 옷 가지와 음료수병 지저분한 과자봉지로 여기저기 난리일텐데라는 상상과 함께...ㅋㅋㅋㅋ
'감사합니다.'고만 연발했다.



집이 옛날 풍이 난다 했는데...








알고보니 아주머니 친척이 직접 지은 100년이 훨씬 지난 건물이라며 이것저것 알려준다.

동네에서도 유명한 건물..^^
흠, 역사속에서 살고 있구만~ㅋㅋㅋ

미국인들은 자기의 집을 소개시켜주는 걸 많이 좋아하는것 같다. 
우리나라식 아파트가 아니라 보통 단층집이 대부분으로 그 위에 하나하나 자기의 개성대로 그려가는 자기의 삶처럼 말이다. 

나라마다 환경이 다르니 뭐...













집에 귀여운 아이들 2명이 있었는데 날 보는듯 마는듯... 
오늘 친구집에 가서 잘꺼라며 엄마 허락얻는 아이를 볼때 너무 귀여워서 웃음이 많이 났다.

집엔 할로윈의 흔적이 아직도 있다.^^














먹을 음식 완성! ^_^















아줌마 아저씨와 함께 맛나게 먹는다.
우걱우걱우걱~~~ 
많이 먹으라는 아저씨~ㅋ
'제 뱃속은 생각 이상으로 넓습니다.ㅋㅋㅋㅋㅋ'










아저씨한테 물었다.

나 : 아저씨, 오늘 아침에 봤을때 왜 저에게 머물 장소를 제안했어요?
Paco : 사실 이렇게 초대해 본적 없는데, 왠지 너를 보니 꼭 초대를 해야할 것 같은 느낌이 들더라고...
나 : 왜요?
Paco : Umm..... Just... Just... I don't know. 그냥 너에게 그렇게 해야 할 것 같아서. 
너를 도와줘서 기분이 되게 좋다. 너의 여행의 일부가 된 것 같아서... 친구...



아저씨가 사탕주면서 꼬셨으면 안 갔을테지만, 코스트코 매점에서 핫도그 먹다가 3분 남짓한 이야기로 이렇게 인연이 이어졌다.



늦은 시간까지 이야기를 나누고 잠에 든다.

아저씨는 내일 아침일찍 또 일하러 가야한대서...




잠자리 위에 호박 대가리 2개가 있다.
귀엽게 생겼네.ㅋㅋㅋ 
화내는 친구 좀 닮았다.(보고있나 쏠!ㅋㅋㅋㅋ)



길에서 만나는 수많은 순간들이 나의 머리로 몸으로 마음으로 소화하지 못하는 
부분이 너무 많다는걸 혼자 누워 눈을 감으면서 조용한 시간이 되어서야 조금씩 알게 된다.

그리고 소중한 사람들이 생각이 난다.

착한 척 하는 사람이 되고 싶지 않다.
그저 소중한 사람들에게 나도 소중한 사람이고 싶다.





11월 11일까지의 이야기





9일 76.36km
10일 52.55km
11일 70.98km


합 22277.68km + 200.19 = 
22477.87km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