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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의 모험/2023년 여행

태국 치앙마이에서의 근황 (라오스 오토바이 사고와 현재)

by 아스팔트고구마 2023. 10. 26.

태국 치앙마이에서의 근황 (라오스 오토바이 사고와 현재) 

 

안녕하세요, 찾아주시는 분들.

 
약 한달여 만에 쓰는 글이네요. 요새 우리나라의 가을하늘이 그렇게 좋다던데 즐거운 날씨 만끽하고 계십니까? 정말 좋아하는 가을 우리 하늘이 보고싶은 요즘입니다. 

약 한달여 전 마지막 글을 남겼던 캄보디아를 지나 이후 약 3주 정도를 베트남에서 보냈습니다. 그리고 지금 다시 태국 치앙마이에 와 있습니다.

지금까지의 여행의 루트는 
태국 방콕 -> 치앙마이 및 태국 북부 일부 도시 -> 
라오스 루앙프라방 -> 방비엥 -> 비엔티앤 -> 
태국 우돈타니 -> 캄보디아 시엠립 -> 프놈펜 -> 
베트남 호치민 -> 달랏 -> 냐짱 -> 호이안 -> 다낭 -> 
다시 태국 치앙마이 입니다. 

친구들 및 인스타 라이브 중 몇몇 분들이 뭔일 있냐, 근황 좀 남겨달라는 이야기가 있었는데 사고 후 지금 2달여가 지났고 다친 부분도 거의 다 나아가고 있어 이렇게 글로나마 지난 시간의 게으름에 대한 핑계를 좀 대려고 합니다. 

이번 사고의 정도가 10여년전 자전거를 타고 베트남 여행중 다친 것보다 훨씬 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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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부턴 보기 불편한 사진들이 있으니 넘기실 분들은 아래로 빨리 스크롤 하십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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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2달전, 그러니까 8월말 라오스 루앙 프라방에서 꽝시 폭포를 보고 오던중 오토바이 사고가 났었습니다.

전 오토바이를 타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는데다, 사고의 위험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절대 속도를 높이지 않습니다. 특히 차보다 위험한 걸 알고 있기에 안전하게 운전을 한다고 했는데 이런 사고를 당했습니다. 10여년전과 별 다를바 없는 라오스의 도로 사정이 문제라면 문제겠죠..

속도를 그리 높이지도 않고 달리고 있었습니다. 앞서 가던 차가 갑자기 속도를 줄였고 급작스럽게 저도 속도를 줄였습니다. 안전거리를 확보하고 달렸다고 생각했는데 브레이크가 문제였을까요? 앞에 멈춘 차를 박을것 같아 핸들을 꺾다가 그만 도로의 패인 구덩이에 오토바이가 걸려 넘어지면서 바닥에 뒹굴었습니다.

큰 사고였었습니다. 저도 한동안 정신을 못 차렸습니다. 피가 자꾸 솟아서 그걸 가만히 지켜보고만 있었네요. 그 피의 양이 너무 커서 어떻게든 피를 지혈해야 했습니다. 


 

 

극심한 통증이 느껴졌습니다. 앞서 달리던 운전수가 미안했던지 화물차 어딘가 있던 걸레를 들고와 찢어서 주더군요. 제 가방에 수건이 있었음에도 경황이 없었을 정도로 그 걸레를 받아 발에 감고 지혈부터 시켰습니다.

 



피가 너무 많이 나서 걱정이 많았습니다. 어떻게 처리를 해야할지 말이죠. 이런 곳에서 다치고 그냥 누워있다고 해서 그 누구도 도와주질 않거든요. 옆에 지나가던 서양 관광객들은 그냥 전부 별일 아닌것처럼 쳐다만 볼뿐 그 어떤 도와주려는 말이나 행동 단 하나도 없었던 걸 보고 제가 오히려 놀랐었습니다. 

 

 



넘어진 오토바이를 다시 세워 타고 루앙 프라방 시내로 되돌아 오던 길, 태극기 하나만을 보고 무작정 그 건물로 들어갔습니다. 마침 그곳에 한국인 선생님이 계셨고 그분을 따라 루앙프라방 주립 병원 응급실로 왔습니다. 


 

 

팔의 타박상은 그러려니 했지만 오른쪽 발의 상처는 굉장히 심했습니다. 살점이 날아가고 살이 깊게 패였었어요. 

이 나라의 구린 의료 시스템을 따질 때가 아니었습니다. 당장 할 수 있는 것이 없었으니까요.

그나저나... 빨리 좀 해주지... 우리나라였으면 소독하고 했을텐데 시간이 한참은 지나서 진행을 하더라고요. (진짜 대한민국 의료 시스템 만세..ㅠㅠ) 여길 혼자 갔었다면 상처가 난 그대로 1시간은 보냈을거란 생각이 드네요. 


 

지혈 작업을 하는데 20분이 지나 시작. 

 




그리고 20여분이 지나고 봉합수술 시작. 
살이 찢어진 범위가 너무 넓었습니다. 결국 봉합수술을 해야 했죠. 제가 뱃살은 많은데, 발등의 살은 적습니다. ㅋㅋㅋ 그래서 옆의 살을 끌어 당겨 꿰매야 했는데 그 느낌이 소름이 끼칠정도로 싫더군요. ㅋㅋㅋㅋㅋㅋㅋ
 
마취를 하긴 한것 같은데 통증이 발에 느껴져서... 아 진짜... 이 깨물고 머리카락 쥐어 뜯고 귀에 이어폰을 꼽고 음악 시끄럽게 틀고 그 상황을 이겨내고자 혼자 쑈를 했습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 (도대체 삼국지의 관우 운장은 어떤 분이실까욥..?)

어떻게든 봉합을 하고 숙소로 돌아왔는데.... 
숙소로 오자마자.. 아놔.

 

 



봉합한 부분이 터져서 다시 병원 행... 발에 붙은 살의 면적이 줄어들었음을 기억해야 했네요.


 

 

수술 부위를 다시 한번 확인하고 붕대를 감았습니다.

 

 



다른 한편 큰 걱정이 되었던 뼈 문제는 다행히 아무 문제가 없어서 넘어갔습니다만, 상처난 발을 디디지 않고 생활 하는 것 자체가 너무 어려웠습니다. 그렇게 회복 중 피가 또 터져서 병원에 또 갔었네요. 

 

 

 

살이 아주 쬐끔씩 아물기 시작했지만 오른발 사고의 심각도가 컸습니다. 사진을 찍고나서야 발이 저렇게 부은 줄 알았습니다. 


 

인스타를 보셨던 분들은 아시겠지만 원래 9월 첫째 주에 있는 생일날 캄보디아에 있을 예정이었으나 이 사고로 3주 가까이 루앙프라방에서 지냈습니다. 봉합 수술부위가 최대한 빨리 아물고, 무엇보다 실밥만 끊은 뒤 최소한 걸을 수 있기만을 바랬습니다. 이때 우울감이 너무 컸었습니다. 비 와서 제대로 활동하지도 못하는데 심각하게 다쳐서요.

 

 

 



다시 생각 해보면 제대로 움직이지도 못하다가 목발을 구해서 걸을 수 있는 것만으로도 얼마나 다행이었던지 모릅니다. 더 큰 사고가 아니어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참고로 다친 후 눈에 보이들어 온건데 루앙프라방에서 목발을 짚고 다니는 사람을 최소 하루에 3번은 본 것 같습니다. (모두 다른 사람이었고 비슷한 오토바이 사고였네요.) 



 

아쉬운 점이라면 상처가 아물기 전까지 환부가 물에 젖지 않도록 노력을 해야한다는 점이었겠죠. 어푸어푸를 못한다니. 흑흑..ㅠㅠ 

지난 몇년간 벼르고 벼르다 나온 여행인데 이렇게 다쳐서... 절망감이 정말 컸습니다. 이전 여행땐 못해 본 걸 하고 싶어서 준비하고 나왔는데 이럴수가. 그런데 다른데 신경쓸 겨를이 없었습니다. 회복부터 해야 했으니까요.


 

 

매일 잘 먹고 잘 쉬는데 집중했습니다. 그 와중에 첫 여행 유튜브 영상을 작업 중 파일이 날아가버렸어요. ㅡㅡ


다시 딥빡. ㅋㅋㅋ 라오스에선 정말로 뭐가 되는게 없었습니다.  인터넷 끊기고 전기 끊기는 경험을 정말 오랜만에 했어요. 허허허~~ 



 

목발 하나는 머물던 루앙 프라방 숙소에 기증하고 남은 하나로 이동을 시작했습니다. 그것도 결국 며칠 뒤 라오스를 넘어와 태국 숙소에 던져두고 왔지만요. ㅋㅋ




캄보디아로 와서 오래전 친구들을 만났습니다. 캄보디아엔 그냥 친구들 만나고 쉬러 왔습니다. 

친구는 못 보던 사이 이 나라 미스 캄보디아 대표를 4명이나 배출했더라고요. 


코로나만 아니었다면 훨씬 더 승승장구 했을텐데 상황이 많이 바뀌게 되면서 비즈니스를 바닥부터 다시 시작하게 되었어요. 능력 좋은 친구라 금방 회복될거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덕분에 미스 월드 대표 참가자(미스 캄보디아 우승자)도 만나봤네요. 

무엇보다 오랜만에 만난 친구들과 십수년간의 시간동안 있었던 일들을 이야기하느라 시간 가는줄 몰랐습니다. 이번에 다시 친구들을 통해 알게 된 건데, 10여년전 여행 당시 제가 당하고도 몰랐던 범죄가 있었어요. 친구들이 있어서 다행인지 모릅니다. (남이 주는 술도 조심, 내 술잔은 가급적 내 손에서 멀리 두지 않길 당부드립니다. 젊은 여자들은 남자조심, 그리고 남자들은 여자 조심 + 그리고 남자도 조심 ㅋㅋㅋ 읭?) 

 

 



이번 여행에서 감정의 변화는 짜증과 수용, 해탈의 반복입니다. 

왜냐하면 비가 매일, 그리고 징하게 왔다는 점 때문인데, 정말 이번 여행에선 비가 너~~~~~~~~~~~무 많이 왔습니다. 

기후 변화로 인해 특히나 큰 문제가 있었다고 하는데 이번 동남아 우기 시즌 여행은 정말 그 어떤 때보다 비가 많은, 그리고 오랜 시간동안 비를 본 것 같아요.


특히 최근 여행이었던 호이안, 다낭의 경우 홍수까지 나는 바람에 그야말로 아무것도 못하고 시간만 보냈습니다.

 

가혹할 정도로 비가 많이 내렸어요. 인터넷에 보니 베트남에 흔히 보이는 길카페에선 허리 위로 불어난 물에 잠긴채 커피를 즐기는 현지인들이 보이더군요. 발이 100% 나은 상태는 아니었지만 너무 심심해서 그거라도 찍었어야 했나 하는 생각도 들더라고요. 

호이안, 다낭에서는 일주일간 쉬지도 않고 비가 왔는데


 

 

호이안 
호이안 여행
호이안 뱃놀이

전날 저녁 물이 상당히 찼었던 호이안의 뱃놀이하는 투본강. 다음날 아침에도 비가 쉴새 없이 내려서 강은 바로 앞이 바다인데 물이 범람해 인도를 넘어 차도까지 적셨습니다.

 

 

다낭 여행
다낭 야경

다낭까지 와서도 매일 숙소에 콕 박혀 비구경만 했어야 했네요. (마사지도 하루이틀이지;;;) 

그러나 떠나는 날은 맑은 하늘... ㅡㅡ^ 

1달전까지 상처가 빨리 아무는가 싶었는데, 그 뒤론 새살이 붙는 속도가 완전 느려졌어요. 그러더니 오늘에서야 그 쪼끄만 구멍마저 다 사라진듯 싶습니다. 딱지가 생기기 시작했거든요. 핫핫 

이번 여행 그리고 지금까지는 비와 함께 제대로 망한 여행인데, 치앙마이로 오고 나선 비가 겨우 이틀 밖에 안 내렸습니다. (온지 일주일 째.ㅋ) 이제 건기에 들어서는 걸까요? 일기예보는 비를 알리고 있지만 비가 없기를 바랄 뿐입니다. 



이번 글은 잠시 안부를 전하고자 쓴 글이지만, 이번 여행에선 특히 제가 직접 경험하고 느낀 것, 그리고 이곳 치앙마이에 와서 동생을 만나 대화하며 느끼게 된 것들이 하나를 가리키고 있었습니다. 

동생은 불과 얼마전까지 이스라엘에 있다가 왔는데 나온지 얼마 되지 않아 전쟁이 났습니다. 그리고 얼마전 있었던 방콕의 총기 테러도 있었고요. 베트남에서 며칠 전 우리나라 관광객도 투어 중 급류에 사망한 사건도 있었고요. 

이 얽히고 얽힌 복잡한 세상 속을 살다보면 우리의 삶에는 예상하지 못한 일들이 끼어듭니다. 에상 못한 일이 사고라면 작은건 상처로 남는 것으로 그쳐 다행이지만 큰 사고들은 목숨을 위협하기도 하죠.

이번 여행 전만 해도 한살이라도 어릴때 여행하는게 좋다고 생각했었는데 지금은 조금 바뀌었네요. 어려도 몸이 아프면 여행이 쉽지 않으니까요. 


나이 막론하고 조금이라도 건강할때 자신의 여행을 하는게 제일 중요한 듯 싶습니다. 이 말을 하는 저도 이제 나이가 적지 않게 들었다는 소리겠지요? 

어차피 일어날 일은 일어나고, 될일은 된다고 믿는 저라 그런 생각이 더욱 그런 생각이 드는 요즘입니다. 

여러 경로로 격려 주시는 모든 분들 고맙습니다.
다시 여행기로 찾아뵐께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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