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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년간의 세계일주/2011-2012 호주

Working Holiday In Austrailia 13話 : 해고, 그리고 아쉬운 마무리

by 아스팔트고구마 2015. 9. 15.
새롭게 일을 시작했다.
에이전시를 통해서 일자리를 잡았다.
회사가 전에 비해서 좀 더 규모있고 안전에 더 민감한 듯하다.
깔끔하고 또 일의 시작과 마무리가 괜찮아 보인다.


날이 더운건 뭐 말할것도 없고, 아침에 올라오는 습기가 서있기만 해도 지치게 만든다.

아침부터 뜨거움이 올라오면서 지면의 습기와 작렬하는 햇빛은...
일 시작도 안 했는데 땀을 맺히게 만든다.







 

하수 파이프 작업중... 

호주에선 기계를 다루는데에 자격증이 있어야한다.
지게차건 굴삭기건 기타 등등...

그래서 난 노가다 업종에서만 일할수 있는 화이트카드(White Card)만 갖고 있던터라 할수 있는건 잡일이나 삽질 같은거였다. 
그래도 기계라고 해도 사람이 들어가서 해야할 일은 생기기 마련... 할만했다. 
더운거 빼고 ㅠㅠ









매일 반복해서 일하던 날이 계속되고, 날씨는 점점 더 더워졌다.




 

 

 

 

 

재형이의 생일이 되었다. 파티도 하고~
망고맥주도 있다니... 허 참~ㅋ







 

 

 

 

 

사람들이 있어 이렇게 덕분에 맛있는 음식을 먹어볼 기회를 갖는구나.










 

시간이 어떻게 지나가는지도 모르고 지내다보니 2월 14일날이 되었다고 같은 집에 사는 마리가 초콜렛을 선물로 준다.
아, 마리야 고마워~!! ^^








2월 15일

최근들어 오전 날씨가 너무너무 덥다. 
일기예보에는 42도라고 나오는데 체감은 50도는 충분히 넘을듯...

오전에 5리터짜리 물통에 반 이상채웠는데 3시간도 안되서 다 마셔버렸다. 
너무 더워 삽질도 잘 안되고... 몸이 왜 이렇게 축축 쳐지나 싶었는데... 슈바가 보더니 물 좀 채우고 쉬랜다.

런치룸에 갔더니 덩치큰 오지(Aussie)녀석이 눈은 왜 그런지 밤탱이처럼 퍼렇게 되어있고 
에어컨 틀어놨는데도 빤쓰만 입고 덜덜 떨고 있다. 

더위를 아주 심하게 먹었나보다. 한동안 했는데도 정신을 못차린다.
'아, 열사병이구나.'


얼마 안되서 앰뷸런스 실려나간다.

알고보니 오늘 온도가 53도 였음!!! 이런 날씨가 제정신이 아니구만;; 

나만 어지러운줄 알았더니 집에 있는 다른 사람들 또한 마찬가지랜다.






 

회사일이 끝마치면 워커들은 대부분 맥주를 마시며 마무리를 한다.
그날 한 일을 적기도 하고, 또 잡담하기도 하고.....

오늘은 회의 하는날. 
안전쪽에 대해서 정말 민감하게 회의를 하는데... 






무엇보다 전에 일했던 곳보다 말을 알아듣기가 정말 힘들었다.
이 지역에 오고나서부터 다시 영어공부를 시작했는데, 
아, 정말... 갈수록 더 힘들다는 느낌이 들었다.

위 사진속 왼쪽아저씨는 미국에서 온 입사동기(?) 존(John)아저씨 왈 
 '나도 호주말이 간혹 안 들려.'라고 나름 위로를 해준다.

그래도... 정말 알아듣기 힘들다.






 

 

저녁먹고 혼자 뜀박질도 좀 하고...











 

또 어김없이 다음날 출근도 한다.
비가 오려는 갑따.

예상대로 비는 많이 오고 번개가 신나게 친다. 











 


왼쪽부터 Greg, Dave, Hendry.(나 포함 네 얼간이 4 idiots!)

날씨가 정말... 미친듯이 덥다가 시원하게 내리는 비!!
가드레일에 물을 채우면서 잠시 쉬다 친구들이랑 장난치고논다.

파푸아 뉴기니에서 왔다는 헨드리.
지나가는 여자에 대해서 점수매기니까 그렉이 맞장구 치고 난리다. 
핸드폰에 음악 틀고 정신나간처럼 춤까지 춘다...  
진짜 얼마나 웃었던지.. 오늘 하루가 정말 재미있었다.

아, 시원한게 좋긴 좋구나. 
살짝 전부다 맛 가게 만드는걸 보면... 하하...;;










 

더워지면 또 더워지는대로 웃으면서 일해야제~
농뗑이들이다. ㅋㅋㅋ








다람쥐 쳇 바퀴속의 모습처럼 또 일상이 계속된다.

 

 

비는 안 내리는데 저 멀리 번개가 계속 친다.

마치... 영화 반지의 제왕에 나오는 끝판대장 사우론이 있는 곳처럼, 번개가 친다.

카메라 들고 나오니 온도차로 또 렌즈에 서리가 낀다. ㅠㅠ









오늘도 일한다.
밖은 40도가 넘는 상황.
햇살이 강하다보니 차 안에 틀어놓은 에어컨이 시원하긴 한데, 햇빛이 쬐이는 팔은 무척 따갑다.









 

 

 

  

다음날도~ 마찬가지로 일상대로 하루 일은 끝난다.
 
마무리가 잘 끝나서인지 뭔진 몰라도 신난 제프 아저씨가 어깨춤을 춘다. 
박명수랑 어깨춤 대결 한번해도 안 뒤지실듯!










 

 

 

헨드리~ 핸드폰 없으면 무슨 재미로~ㅋㅋ

내가 사진을 찍으니까 

헨드리 : 너 나 좋아해?
나 : 헐, -_- 이게 미친나...  (표정은 완전 썩쏘ㅋㅋㅋ)




자신감 쩌는군...;;; 




 



안 그래도 며칠전 점심시간 핸드폰으로 뭔가 싶어 들여보니 야동을 보고 있었다.
역시 앤가 싶더니... 23살이란다. 하하... 
무시하고 밥 먹었더니 이런거 안 좋아하냐며 게이냐고 묻는다. 
그래서 그런가? 그때부터 여자 안 좋아해 하냐면서 자꾸 나한테 장난질...

아무래도 연예인 사진 핸드폰속에 다운받고 여친이라고 구라치고 다녀야겠군. ㅡㅡ;








 

 

 

 

  

포트 헤들랜드에 와서 가끔씩 행복하다라고 느끼는 건...
멋진 석양이다.



카리지니에서 일몰의 절정을 맛 보았다면...





 

 

  

  

  

 

평소에도 멋진 일몰의 모습을 즐길수 있다.
한국가면 정말, 이게 그리울것 같다.

지금의 이 평범한 일상이 언젠가, 아니 1달 뒤만 지나도 정말 내 삶의 다양했던 한 순간이리라.




보통 인생에서 정말로 힘든건 평범한 일상을 잘 참고 모범적으로 살아간다고들 한다. 
그러나, 점점 더 느끼는 건 내 일상밖에서 일어나고 벌어지는 가끔의 혹은
 그 이상의 다양한 순간들을 내 삶속으로 흡수하고 체화하는게 중요한 것 같다.

그렇다면 지루한 일상도 더 충실하게 지낼 수 있는거겠지.



  

 

 세계에서 가장 긴 기차는 바로 여기에 있다.

일하는 중 차로 이동할때 구린 내 핸드폰으로 찍은거라 잘 나오진 않지만...

아무튼 엄청 길었다. 보통 5분 정도 기다리는건 주로 있는거고.... 
실제로 내가 약 150량 정도까지 세다가 헷갈려서 말았었다.

재 본 사람말로는 최고 길었을때가 기차길에서 정지하고나서 처음부터 끝까지 지나갈때의 시간이 무려 15분이었다니... 
그 길이가 참 가공할만하다.
그만큼 여긴 지하자원이 참 풍부하다는 증거.







 

마지막 남은 보이차.
1년이 넘었구나. 아껴 마셔 왔는데.. 
얼마 안 남은거 주변 친구들과 함께 나눠 마신다. ^^












또 약 2주의 시간이 지났다.


 

1주일 전이었나?? 

일을 하다 아주 작게 생긴 상처 한 곳이 곪기 시작했다.










 

 

정말로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했는데...
곪아가는 부위가 점점 커져갔던지 퍼져간 부위의 넓이가 무릎아래서부터 발목 바로 위까지... 거의 내 손바닥 2개의 넓이로 퍼졌다.
피부를 눌러도 바로 올라오지 않고 천천히 올라오는게 점점 이상해진다.

다리 굵기, 발목의 차이만 봐도 이미 짝짝이다...

흠...

이 꽉 깨물고 환부 주위로 곪은 부분을 눌러 짰더니 우두두둑~~ 거리면서 싯누런 고름이 쫘악~~~ 하고 나온다. 
아오~~~ 소름끼치는구만.
약바르고 쉰다.


지인들에게 물어보니 병원가서 항생제로 처방을 해야한단다.
항생제가 없어서 어쩔수 없이 연고로만 처방을 했는데..
하루만 더 있어보고 안 가라 앉으면 병원으로 가야겠다. 

정말로 몸은 괜찮으니, 워커로서 그래도 회사에 폐는 덜끼쳐야제..








 

 

어제보단 살짝 줄어든듯 하다.
주변부를 만져도 피부가 어제보다는 좀 돌아온듯. 그냥 신경 안쓰고 일해도 되겠다.




날이 더워 환부에서 진물이 많이 흐른다. 소독하고 약을 바르던 찰나 수퍼바이저가 보고 무슨일이냐고 묻는다. 
일하다가 살짝 긁혔는데 날씨가 더워서 덧난것 같다고 하자, 조심하라고 이야기를 한다.












그.
리.
 고. 



며칠뒤에 보기 좋게 해고 당했다.

무슨 일인고 하니...
일이 점점 바빠지고 있던 시즌인데도 불구하고 일의 진도가 잘 안나가는건 비 때문이기도 하지만, 
아직까지 내가 영어가 서툴어 의사소통때문에 일의 진행이 더디다는 것이란다.

이게 무슨 날벼락인가...... 싶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건 납득이 안가는구만.
오늘 새로운 프랑스 녀석 일을 내가 가르쳤는데... ㅡ.ㅡ



아무리 그렇다 치더라도 다른 사람들보다 빡세게 일하면 일했지 의사소통에서 오는 불편함은 알고 있어서 
그만큼의 갭을 줄이고자 더 열심히 일했는데... 
그래서 동료들로부터 같은 파트너로 일할땐(헨드리<23살>를 제외하고 내가 제일 어렸다.) 
더 인정받고 싶어 빡세게 일했고, 2명일할땐 잡무는 내가 거의 다 했다. 
저번 회사처럼 무시 당하기 싫은것도 있고. 일로는 안 질꺼라는 오기!


그게 아니었나...?

정말로 인정할수 없었던 부분이었으므로... 아무래도 아닌거 같아 솔직한 이유를 말해달라고 했다.


나 : 내가 일을 게을리 했나? 아니면 다른 문제가 있어?
슈바 : 흠, 사실 다른 한가지가 있다면 지금 너의 상태가 좋지 않다는 거야.
나 : 그건 알고 있는데, 지금 몸 상태로 일하는데 있어서 정말로 무리가 없어. 
슈바 : 흠.... 사실은 안전문제가 많이 걸려. 




이야기의 핵심은...  책임소재 때문이었다.



작게 딱지가 생겼을때 이전의 슈퍼바이저에게 보고를 했었다. 
비행기로 퍼스에서 1주일마다 혹은 2주마다 Fly In, Fly Out을 하기때문인데, 
서로간에 이걸로 인해 말은 없었나 보다. 종종 손가락 다치고 하는건 있으니. 

내가 봐도 그때는 상처라고 말하기 우스울 정도로 새끼손톱보다 더 작은것이 염증을 동반하면서 
1주일사이에 확~ 커지다 보니 이게 좀 심해졌었다. 

문제는 내 상처가 점점 더 커지면서였다. 
이게 자기의 책임문제가 되서 현장감독뿐만 아니라 
직원까지 잘 못 관리하는 셈이 되어서 자기에게 문제가 크게 돌아온단다. 짤릴수도 있다고도 했다.
 얼마전 회사의 다른 지역에서도, 그리고 회의때마다 안전에 관한 부분이 자주 나왔으므로...


호주에서 인명사고는 그야말로 크기 때문에 어쩔수 없다는 말뿐이었다.

실제로 B.H.P. 같은 호주 최고의 광산회사에서 인명사고로 1명이 죽어서 다음날 조의를 표한다고 하루 일을 안했다고 하는데 
그날 하루 손실이 100억원(정말로 어마어마..) 정도였다고  신문에 났었다.






좋게 말하면 권고사직일까?
그래도 뭐 이건 해고다. 하하....;;;

아, 이렇게 허무하게 해고 당할 줄이야.........

이전에 일자리를 스스로 때려쳤다면 이번에는 그야말로 보기좋게 해고 당했다.
 
정말로 나 스스로 어쩔수 없는 부분이긴 한데... 




한국에서도 아니고, 외국에서 이런 경험이라니...
쿨하게 웃어 넘기고 싶었지만... 이런 경험은 처음이라 그런가, 
내 스스로의 무능력함과 이 상황에서 지금 어쩔수 없다는 무력감이 날 압도했다.


차안에서 한동안 무기력한 느낌에서 빠져나올수가 없었다.
한국이었으면 또 어땠을까 하는 생각도 들고. 





때 마침, 얼마전 한국에서 호주로 날아온 친동생이 메세지를 보내왔다. 

오늘 내가 있는 지역으로 올꺼라고... 

곧 보겠구나.

일 잘하면서 정착을 도와주고 싶은데 이렇게 일이 생겨버려 또 힘이 빠지게 생겼다.





다른 방법이 없을까 싶어 에이전시로 가서 자초지종을 이야기하니, 
이미 회사측에서 연락을 받았는지 나의 입장에서 자세한 이야기를 듣고 싶었나보다. 
여차저차 사정을 이야기를 했더니 예상밖의 큰 격려를 해주었다. 


'아~ 성원 진짜 니가 자랑스럽다. 여러명의 워커들이 지나갔지만 내가 가장 오랜시간 잘 해왔고, 
이미 존이(나보다 2주전에 일을 관뒀다.)나 다른 친구들을 통해 너의 일에 대해서 잘 들었어. 
아픈건 지금 어쩔수 없지만 우선 낫고 일을 해야할것 같다. 안전이 우선이니... '


최근들어 워커들이 다른지역에서 많이 몰려와 리스트에 대기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지만, 
가장 먼저 내게 리스트에 올려준댄다. 

영화에서 흔히 봤던 립 서비스라고  정말 무기력해있던 순간에 이런 격려!!! 

아... ㅠㅠ 위로된다. 진짜... ㅠㅠ
아줌마 고마워! ㅠㅠ




하지만, 내겐 이제 호주에서 남아있을수 있는 시간이 별로 없다. 
남은 시간동안 어떻게 해야할까... 
흠, 다시 고민 좀 해봐야겠다.














동생이 왔다.

2년만에 만났다.

보는 순간 울컥했다.

나 : 히야 와 울라카노~
동생 : 이 새꺄.... 울기는 무슨 느므 반가워가 카지~




동생을 태우고 동네 한바퀴를 돌아보기도 하고~ 시간을 보냈다.

 

 

 

포트헤들랜드의 집 값.
한화로 계산하면.... 어이쿠! 어마어마하다.










맛난거도 먹고... 쉰다.
아픈 몸부터 얼른 회복시키자.











그리고 1주일 어쩔수 없이 쉬었다. 왜?



 

 


일을 그만두게 되고 나서 다음날부터 싸이클론이 심하게 쳐서 비가 엄청나게 내렸다.
경보가 떠서 도로에는 차 조차 다닐수 없을 정도로....

집에 사는 다른 친구들조차 다른 직장에 일하러 갈수 없었다. 차 운행을 통제하기때문에.



그러다 보니 내게 호주에서 머물 시간이 약 2주간의 시간밖에 남지 않았다. 
이곳에서 머무르느냐 마느냐 고민을 하다가 결국 동생과 의견조율후 내려가기로 결정! 


사이클론이 지나가자 에이전시에서는 연락이 왔다. 
여건이 전과 비교해서 정말 좋았는데 비자 기간이 얼마 남지 않아서 정말로 아쉬움이 남았다.







  

 

일본식 마키 마는 중학 동창(알고 나서 깜짝놀랐다. 이 외국 촌동네서 만나다니.ㅋ) 유식이~

집안 사람들과 이렇게 하는것도 이제 마지막일듯.










 

그리고 퍼스에서 동남아로 넘어갈 준비를 한다. 
지내면서 인도 루트가 아닌 동남아로 우선 가는걸로 가닥을 잡았다.










우리 집안의 커피애호가~^^ 명세~









 

방돌이 녀석들. 
광훈이, 석범이. 잘 지내라.










 

 

집을 떠난다. 










 


오늘은 일요일. 
매주일 내게 큰 마음의 안식이 되던 교회. 
항상 주일이 기다려졌었다.







예배를 드린다.



 


주마다 매일 기쁘게 맞아주시던 Sisi 아줌마.

조심히 가라며 작별인사를 하고 헤어졌다.
God Bless You...!





이곳 포트헤들랜드에서 원했던 바대로 다 해내지 못했지만 괜찮다. 
꽤 많은 것을 경험하고, 배우고, 또 마음에 새겼으니...
특히 사람에 대해서...




약 3달만에 다시 퍼스(perth)로 내려간다.

설레기도 하고 사람들도 보고싶고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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